너무 긁으면 상처가 나듯이,

너무 말을 많이 하면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러시아 격언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남 앞에 서면, 필요 이상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는 나의 좋은 면을 보여야 하고, 좋은 점을 어필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나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 앞에 나서는 것 자체로 긴장되는데, 자신의 좋은 점까지 보여주고 싶은 나머지 오히려 자신의 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멋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기를 돋보이게 하고 싶은 의식이 지나치게 강한 나머지, 긴장하여 말하지 않아도 될 것까지 말해버려 뭐가 뭔지 뒤엉키는 경우도 있다.

신경증 중에 서경書痙이라는 것이 있다. 누군가가 보는 앞에서 글씨를 쓸 때 손이 떨려 글자를 잘 못 쓰는 증상이다. 평상시에는 꿈쩍도 않고 술술 써지던 것이 누가 옆에서 자기를 보고 있으면 긴장 때문에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 결과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글자가 되어 버린다. 여기에도 같은 의식이 작용한다. 남의 이목에 신경을 써서 좋은 글자, 멋진 글자를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이러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일벌레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이것도 필요 이상으로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항상 상사의 눈이나 동료의 눈을 의식하여 어떻게 해서든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일을 한다. 무리를 하면서까지 분발한다. 직장 상사 앞에서는 좋은 부하, 아내 앞에서는 멋진 남편, 친구들 앞에서는 착한 친구이고자 애쓴다. 문제는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까지 오기를 부리는 것이다. 서경 증상까지 보이지는 않더라도 그 때문에 마음의 병을 초래하는 경우도 생긴다.

남과 교제하는 데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말로 대화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뭔가 좋고 멋진 말을 하려다 실수하고 만다. 그래놓고 자기는 말주변이 없다, 말이 어눌하다, 남 앞에 서면 자신감이 없어진다고 착각한다. 또 이러한 사람은 남과 쉽게 친해지기 어렵다’, ‘남과 잘 지내지 못한다.’는 등 인간관계에 있어서 고민거리를 쉽게 만든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 ‘말주변이 없어서 남과 잘 지내지 못한다.’고 혼자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는 말주변이 없어서 남에게 반감을 산다거나, 남들이 멀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말을 잘하는 것이 화근이 되어 쓸데없는 말까지 해버리고, 상대방의 기분 따위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지껄여서 인간관계를 삐걱거리게 만드는 경우가 훨씬 많다.

스스로 말투가 어눌하고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된다. 사람은 자기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기 마련이다.

인간관계에서 입이 큰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입보다는 귀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말을 잘하기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면, 그것만으로도 남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다. 너무 말이 많아 실수하기보다는 말을 잘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고, 남들과 쉽게 친해지기 어렵다는 고민 따위는 할 필요가 없어진다.